부산하면 바다를 떠올리던 시대는 끝이 났나보다.
광안리, 해운대 바다로 대표되던 부산이 감천문화마을이나 호천마을 같은 부산색이 짙은 감성적 공간으로 새롭게 조명받더니 여기 더욱 핫하고 부산스러운 곳이 급부상하고 있다. 바로 옛 해운대역 근처인 “해리단길”이다. 또 ~리단길이냐 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만큼 지역의 특색을 잘 살리면서 트렌디한 감각으로 재탄생한 길이라는 보장이기도 하다.
서울 경리단길, 경주 황리단길 못지않은 부산 해리단길을 찾아가본다.
해리단길은 옛 동해남부선 해운대역 철길 뒷쪽의 마을과 상권을 아우르는 이름이다. 2013년 해운대역 구간이 폐쇄되면서 추억속으로 사라져간 이곳이 어떻게 핫플로 부상했을까? 해운대역이 문을 닫으면서 마을은 변모하기 시작했다. 철길과 마을을 막고 있던 벽이 허물어지고 통로가 생기고 철길은 산책로로 재정비되었다. 마을에는 하나둘 개성넘치는 카페와 식당이 생겨나기 시작했고 SNS에 힘입어 입소문이 나면서 ‘해리단길’이라는 이름까지 얻게 되었다.
 ▲옛 해운대역 철로 주변에서 바라본 해운대 고층빌딩 |
옛 해운대역사를 기준으로 고층빌딩이 즐비한 해운대해수욕장쪽을 등지고 서면 보이는 마을이 해리단길이다.
오래된 2층짜리 집들이 대부분인 평범한 마을이다. 그런데 그 집들 사이에 예사롭지않은 간판과 독특한 색감으로 칠을 한 느낌있는 가게들이 눈에 들어온다. 대부분 카페와 식당인 가게들로 족히 50여개는 넘어보인다.
어디가 좋을지 도움을 받으려고 SNS에 ‘해리단길’이라고 검색하면 수십만개에 달하는 게시물이 올라와있고 정보가 넘쳐나 오히려 선택하기 힘들 지경이다.
먼저 동네 한바퀴 산책하듯 둘러보고 마음에 드는 곳이나 미리 정해놓은 곳으로 가면 된다.
깔끔하고 아기자기한 외관으로 시선을 붙잡는 가게도 있고 해리단길에서만 맛볼 수 있는 이색적인 메뉴로 맛집이라고 소문난 가게도 제법 있다.
확실히 요즘은 SNS의 영향으로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곳들이 대세이다. 해리단길에서도 유난히 채광이 좋아 ‘햇살 맛집’이라는 애칭이 붙은 캐주얼 레스토랑 ‘원컵어데이’가 인기다. 포르치니크림 파스타와 살치살 스테이크가 유명한 이곳은 제철 재료로 내놓은 계절 메뉴도 인기의 한몫을 한다.
 ▲개성넘치는 가게에 개성넘치는 물건들이 눈길을 끈다. |
‘레이크커피바’는 이름처럼 편안함이 느껴지는 공간이 멋스런 카페다. 호수에 앉아 잔잔한 물결을 바라보듯 그렇게 마음이 편안해지는 공간, 거기다 이색적인 커피까지 맛볼 수 있는 공간이다. 부드러운 연유를 베이스로 한 커피위에 달고나처럼 녹여 딱딱해진 브라운 슈거를 얹어 내는 플랫브라운은 먼저 눈이 즐겁고 다음으로 슈거를 깨뜨리는 재미에 즐겁고 마지막으로 맛에 즐거운 커피다.
유뷰초밥을 전문으로 하는 식당도 흥미롭다. 흔히 볼 수 없는 유뷰초밥 전문점인 ‘호키츠네’에서는 와사비, 김발이, 브라운슈거 등 5가지 기본 메뉴와 제철 재료로 만든 오늘의 초밥이 나온다. 금귤절임이나 벚꽃처럼 생각지도 못한 초밥 재료에 색다른 맛을 즐길 수 있다.
고개를 돌리면 고층건물이 가득한 화려한 해운대와 대조를 이루는 아주 오래된 마을. 이 부산스러운 오래된 마을과 젊고 감각적인 가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진 해리단길은 부산여행에 익숙한 사람에게는 새로운 부산의 모습으로, 부산이 처음이라면 부산만의 매력이 가득한 곳으로 기억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