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이 나면서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됐다.
대한민국 전역이 가마솥 더위로 푹푹 찌는 8월에 그래도 숨통이 트이는 곳은 나무와 물이 함께 하는 계곡뿐이다. 이럴 때 가면 더없이 좋은 곳이 있다, 계곡을 찾아 올라가는 산길은 크고 짙은 나무그늘로 시원하고, 깊은 산 속 계곡물은 시릴 정도로 차가운 곳. 거기다 곳곳이 감탄을 자아낼만큼 아름다운 풍경으로 가득한 이 곳을 마다할 이유가 없어보인다. 바로 경남의 소금강이라 불리는 내원사 노전암 계곡이다.

양산 내원사로 들어가는 입구인 내원사 주차장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내원사 방향이고 왼쪽으로 난 길을 따라가면 노전암이 나온다.
노전암까지는 약 2km정도 되는 가벼운 산책길이라 여름 더위에도 부담스럽지않다. 거기다 길은 대부분 키 큰 나무들이 그늘을 드리우고 있어 시원하다. 장마를 거치며 불어난 계곡물은 걷는 내내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보는 눈을 즐겁게 한다.

▲곳곳에 절경이 가득한 노전암 계곡

주차장을 벗어나 얼마 걷지 않아도 숲은 곧 깊고 짙어진다.
경남의 소금강이라는 별명이 왜 붙었는지 저절로 고개가 끄덕여지는 절경이 곳곳에 등장하면서 계곡을 찾아들어가는 재미를 더해준다.
마치 영화 아바타에 나오는 판도라 행성같은 큰 바위들과 비현실적일만큼 초록빛인 산이 어우러지면서 물놀이 할 계곡찾기는 제쳐두고 그대로 그 자리에 머물고 싶은 유혹을 몇 번이나 참아내야 한다.
계곡 옆으로 누군가 쌓은 돌탑은 아기자기한 풍경을 만들고 깊은 숲 속에서 예기치않게 등장하는 돌담집은 호기심을 자극한다.

▲노전암

▲20첩 반상으로 유명한 노전암 공양

그렇게 잠시 걷다보면 노전암이 나온다.
내원사의 암자 중 하나인 노전암은 신라시대에 지어진 암자로 설화에 따르면 원효가 천성산에서 도를 닦을 시기에 89개의 암자를 지었는데 그 중 하나라고 한다. 하지만 요즘 이 암자가 유명해진 이유는 다른데 있다. 바로 20첩 반상이라 불리는 공양때문이다. 주로 국이나 짠지 뿐인 다른 절의 공양과는 비교가 불가한 노전암의 공양은 말그대로 고기 빼고 다 있는 부페에 가까운 진수성찬이 차려진다.

▲노전암에서 계곡으로 이어지는 다리

노전암을 거쳐 작은 다리를 건너면 이 때부터 본격적인 계곡이 펼쳐진다.
여름 물놀이에 이보다 좋은 곳이 있을까 싶은 물반 그늘반인 계곡이다.
주변 나무들이 물위로 자연 어닝을 쳐 주는 환상적인 물놀이터가 이어져 어디로 자리를 잡을지 선택장애를 일으키게 한다. 그 중 어디를 고르더라도 더운 여름날 최고의 피서지가 될 것이다.
이제 땀 흘려가며 계곡을 찾아오른 보상을 받을 차례다. 시원한 계곡물에 뛰어들면 더위에 늘어진 피부가 팽팽하게 조여드는 기분좋은 긴장감을 맛볼 수 있다. 얼마 지나지않아 한여름에 이를 부딪히며 춥다는 행복한 말을 하게 된다.

한바탕 시원하게 물놀이를 하고 나면 나무그늘에 누워 낮잠을 즐겨도 좋다. 계곡을 타고 흐르는 시원한 바람과 햇볕을 가려주는 편안한 나무그늘에 누워 한 숨 낮잠을 자고나면 세상 부러울게 없어진다.
물가에 돌들은 반질거리며 윤이 나고 물이끼도 끼지않아 맨발로 밟아도 미끄럽지 않다. 거울처럼 비치는 물속을 자꾸만 들여다보게 되는 맑디맑은 계곡물이다. 1층, 2층 층층폭포도 있고 수질좋은 천연 수영장도 있는 최고의 계곡이다.

▲맑디맑은 계곡물과 풍부한 그늘을 가진 노전암 계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