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으로 5, 6월, 그러니까 양력 6월과 7월에 장마철이 시작되고 지루하게 많은 비가 내리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보통 6월 20일을 전후해 제주도부터 시작된 뒤 한 달 남짓 장맛비가 이어지곤 했는데 몇 년전부터 장마에 대한 '공식'이 깨지고 있다. 2020년 여름, 서울을 비롯한 중부지방의 경우, 6월 24일에 장마가 시작되어 8월 16일까지 무려 54일 동안 장맛비가 계속됐다. 그것도 비의 형태가 '지루한 장맛비'가 아닌 '흉포한 폭우', '극단적 폭우'라고 해야 맞을, 짧은 시간에 집중적이고 많은 양의 비를 퍼부었다.

이런 기후변화에 대해 유희동 기상청장은 지난 해인 2022년 8월 30일, '장마'라는 전통적 표현이 수명을 다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장마'라는 표현은 "지루하게 비는 많이 오지만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한 형태"인데 최근 비는 그런 전통적 말(장마)로는 표현할 수 없는 '불규칙', '예측 불가능성'을 띄고 있다는 것이다. 

올해 강우량도 이미 과거 장마 기간의 세 배 수준에 육박한데다, 동남아 지역 우기 강우량도 훌쩍 뛰어 넘을 정도이다. 이제 한반도에 장마가 아닌 우기가 도래한 것 아니냐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기후변화로 인해 장마의 양상도 달라지고 극단적으로 나타나는 만큼 폭우에 대한 피해가 없도록 더욱 철저히 대비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