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에도 지난해와 같이 ‘환경’이 중요한 소비 키워드가 될 전망이다. 소비자들은 더 이상 단순히 값이 싼 물건이나 유명한 연예인이 광고한 제품을 소비하는 것에서 만족을 얻지 않는다. 자신이 지불하는 돈이 환경과 사회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를 고려하는 ‘착한 소비’를 하려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이다.
이런 트렌드와 함께 코로나 19로 인해 높아진 환경에 대한 경각심은 기업의 운영방식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올해 수많은 국내 기업들의 신년사에 빠지지 않는 키워드였던 ‘ESG’는 환경 보호(Environment), 사회 공헌(Social), 지배 구조(Governance)의 앞 글자를 딴 용어다. ESG는 기업이 얼마나 많은 이익을 창출했는가를 넘어서, 기업의 이익구조와 사회 환원까지를 평가하는 지표로 작용한다. 전 지구적인 기후 위기에 책임감 있게 대응하고자 하는 윤리적인 기업관을 표명하는 듯한 ESG는, 사실 자발적인 선행이라기보다 기업의 수익과 생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다. ESG를 핵심적인 투자 기준으로 고려하는 투자 회사들이 늘어나면서 기업의 운영 방식에도 큰 변화를 이끌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 중 ‘환경 보호’라는 키워드에 더욱 주목하여 여러 기업들이 진행하고 있는 친환경 마케팅을 살펴보았다. 기업들 중에서는 ‘비건’, ‘크루얼티 프리’, ‘친환경’ 등이 주목을 받는 최근의 트렌드를 포착하고 실제로는 친환경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환경을 생각한다는 이미지만을 전략적으로 내세워 ‘그린 워싱’을 하는 경우도 발생한다. 착한 소비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은 향상 되었지만 그러한 사고의 변화에 뒷받침되는 친환경에 대한 지식과 기준이 미흡해 초록색 가면을 쓴 기업의 속임수에 걸려드는 경우도 잦다.

‘친환경’ 뒤에 숨겨진 속임수는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기

생분해 비닐에 대한 논란, 종이빨대가 실제로는 재활용 되지 않는다는 전문가의 인터뷰, 분해가 잘되는 코팅 필름을 하고서 친환경이라 홍보하는 종이컵 등 일회용품을 써도 된다는 심리적 안정을 유인으로 제공하는 기업 마케팅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친환경 마크를 달고 있지만 색깔을 입힌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채 진열되어 있는 상품, 비건 제품으로 이름을 알렸지만 포장 과정에서 완충제로 종이가 아닌 비닐을 사용하는 물건 등 소비자들이 미처 살피지 못한 빈틈을 교묘하게 이용하는 기업들을 가려내기 위한 기준이 필요하다.
재활용과 재사용이 가능하다고 했지만 색깔을 넣은 플라스틱을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 실제로 용기나 포장재가 재활용이 가능한 소재로 제작되었는지, 인쇄 잉크에 화학 성분이 첨가되어 영향을 미치지는 않는지 따져보아야 한다.

동물권에 대한 인식, 생명이 존중받는 지구 만들기

한 발 더 나아가 동물 실험을 거치지 않은 크루얼티 프리 제품, 비건 제품인지를 따져 보고 사는 것은 쓰레기를 줄이는 차원의 환경보호를 넘어선 장기적인 안목의 환경을 생각하는 소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화장품 브랜드인 ‘멜릭서’, 식물성 천연 원료를 사용하며 콩을 원료로 한 잉크로 제품 생산을 하는 브랜드 ‘아로마티카’ 등 인간의 편리를 위해 다른 생명을 희생시키지 않으려 노력하는 브랜드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불필요한 동물 실험을 없애고 소재 및 원재료의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을 택하는 착한 기업들에게 힘을 실어줄 필요가 있다.

단순한 트렌드 편승인가, 진정성 있는 사회적 움직임인가

위에서 언급한 것과 같이 ‘환경’이라는 키워드가 소비의 핵심으로 자리 잡게 되면서 이와 같은 소비자들의 요구에 ‘제로 웨이스트’, ‘친환경’, ‘에코 프렌들리’ 제품으로 대답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하지만 ‘환경보호’를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이용하는 기업들의 경우 브랜드의 가치관과 전혀 일관성 없는 제품을 출시하거나 친환경 상품의 취지와 판매하는 실제 제품에서 모순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환경을 위한 제품을 생산하는 것으로 가장 유명한 패션 브랜드인 ‘파타고니아’의 경우 옷을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오염을 알리고, 옷을 사기보다는 재활용하고, 수선해서 입거나 물물교환을 하자는 캠페인을 지속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버려지는 옷을 이용해서 새로운 옷을 만드는 등 환경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고자 노력하는 브랜드의 노력은 브랜드의 아이덴티티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소비자들에게 진정성을 인정받아 꾸준히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러한 브랜드의 노력으로 경쟁사들의 환경에 대한 의식이 확대되고 있다는 것도 긍정적인 측면으로 꼽을 수 있다. 하지만 친환경 제품 생산 경쟁에 뛰어든 새로운 기업이 유행을 따르기 위해서 일시적으로 택하는 마케팅 수단으로 환경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지, 지속적인 안목에서 제품의 변화를 이루고자 하는지에 대해 소비자들의 더욱 치밀하고 꼼꼼한 판단이 요구된다.

‘소비는 투표다’라는 말처럼 무언가를 사는 행위는 제품을 생산하는 회사 및 회사와 관련된 집단을 지지한다고 표명하는 일이다.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표면적으로 제시되는 스토리나 홍보 문구에 현혹되는 소비자에서 한 발짝 더 나아가 기업의 녹색 마케팅 뒤에 숨겨진 진정성을 파악하고 지구를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하는 기업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소비자가 되어야 할 것이다. 단순히 물건 하나를 사는 것에 불과하다 여길지 모르지만, 나의 작은 소비를 통해 환경에 기여하는 기업에 힘을 보태줄 수 있다. 또한 그러한 선택들이 모여 ‘환경’이 시장의 수익 구조와 기업 경영 구조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음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